직장인들의 스트레스 1위는 ‘업무 외 시간 카톡’…메신저 에티켓의 명암
직장 생활 10년 차 A씨(36)는 최근 회사에서 ‘개미 3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유는 단 하나. 새로 배정된 상사가 사소한 대화도 끊임없이 이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 업무용 메신저로 시작된 대화가 좀처럼 끝나지 않자 동료들이 “개미지옥에 빠졌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A씨는 “별 의미 없는 말들을 계속 보내는데, 본인은 편하게 소통하려는 거겠지만, 나는 그때마다 실시간으로 답변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과 메신저의 보급으로 직장인들의 소통은 훨씬 빨라지고 편리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메신저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 안에서는 메신저의 사용 방식 하나에도 예의와 불편함이 교차한다.
“업무 시간 끝났는데 메시지 보내는 상사, 제일 싫어”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통해 20~50대 직장인 2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1%가 업무용 메신저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메신저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응답이 65.0%로 나타났지만, 결국 문제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었다.
가장 불쾌하게 느끼는 상사의 메시지 유형으로는 ‘업무 외 시간에 말을 거는 경우(33.2%)’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의미 없는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경우(28.1%)’, ‘동의를 전제로 한 질문(22.9%)’, ‘혼잣말 같은 메시지(22.3%)’ 등이 뒤를 이었다.
20대에서는 특히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이 두드러졌다. 서울의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B씨(29)는 “혼잣말을 나와의 톡방에서 계속 보내는 상사나, 아무 설명 없이 링크 하나만 보내는 경우는 정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C씨(28)는 “답은 정해져 있는데 내 동의를 구하는 듯한 질문이 제일 싫다”고 덧붙였다.
대화 마무리는 ‘먼저 시작한 사람’이 해야
업무 메신저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비공식적인 규칙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화의 마무리 방식이다. “메시지 대화에서 마무리는 누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과반수인 50.8%가 ‘먼저 말을 건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는 ‘하급자(20.4%)’나 ‘메시지를 받은 사람(14.4%)’, ‘상급자(12.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대화를 억지로 이어가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이모티콘(36.7%)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식(32.8%)보다 많이 사용되며, 일종의 ‘마무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이모티콘 사용 횟수는 7000만 건, 누적 사용량은 2500억 건을 넘어섰다. 특히 하트, 엄지손가락 등의 반응 기능은 20대에서 가장 선호하는 ‘읽었음’ 표시 방법으로 나타났다.
“후배들의 무반응, 더 서운하다”
메신저로 인한 불편은 비단 하급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급자 역시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직장 후배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가장 기분 나쁜 순간’에 대해 묻자, ‘단체 채팅방에서 질문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때(39.6%)’가 1위로 꼽혔다. 특히 40~50대 응답자 중 40% 이상이 이 항목을 선택했다. 젊은 층이 말투나 반말형 답변에 민감하다면, 중장년층은 ‘무시당하는 느낌’에 더 민감한 것이다.
이처럼 메신저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이자, 동시에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창구가 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배려 깊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