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와 로마를 가로지르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새로운 물결: 창의적 공간의 재발견
이탈리아의 디자인 수도 밀라노와 역사의 도시 로마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두 개의 독특한 주거 및 작업 공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두 공간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이탈리아 디자인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라노의 언더그라운드 감성: 펑키 스타일 로프트 ‘스페치 스튜디오’
밀라노 중심부에 위치한 카시아 6번가(Via Privata Cascia 6)에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새로운 로프트가 문을 엽니다. 오는 9월 27일, 디자인과 사진, 예술이 경쾌한 아이러니와 함께 어우러진 이 공간이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됩니다.
이곳은 디자이너 실비아와 포토그래퍼 알베르토가 함께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스페치 스튜디오(Specchi Studio)’의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작업 공간인 ‘하우스-랩(Haus-Lab)’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국제적인 감각이 교차하는 도시 밀라노처럼, 이들의 공간 역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합니다.
두 사람은 “우리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은 비전, 정체성,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라고 말하며, 스페치 스튜디오를 “에너지와 독창성으로 차별화되는 시각적 브랜드”라고 소개했습니다. ‘스페치(Specchi)’는 이탈리아어로 ‘거울’을 의미하며, 이는 고객의 정체성과 비전을 투영하여 아름답고 강력하며 독특한 이미지로 만들어내겠다는 그들의 작업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하우스-랩은 그들 자신이라는 가장 까다로운 고객을 위해 탄생한 공간입니다. 실비아는 “우리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긴, 진정으로 우리다운 공간을 원했습니다. 부드러운 형태, 과감한 색채, 그리고 위트가 어우러진 펑키한 스타일을 통해 일상생활과 작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실용적인 집-스튜디오를 구상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사 파브로’와의 협업과 다채로운 공간의 탄생
이 로프트는 뉴욕과 런던의 인더스트리얼 레지던스에서 영감을 얻은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이 특징입니다. 넓은 창밖으로 마치 두 도시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한 거실은 밝고 중립적인 흰색으로 마감되어, 마치 예술가의 캔버스처럼 그 안에 채워질 콘텐츠에 따라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에는 비엘라 지역의 장인 가구 브랜드 ‘카사 파브로(Casa Fabbro)’와의 협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실비아와 알베르토는 “카사 파브로의 뛰어난 장인정신과 세심함 덕분에 우리의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미학과 기능 사이의 대화를 보여주는 맞춤 가구들이 공간을 채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공간은 카사 파브로에게 밀라노 최초의 오프라인 쇼룸 역할을 하게 될 전략적 거점이기도 합니다. 스페치 스튜디오는 “이곳은 워크숍,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와 만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입니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주말 마켓을 열어 계속해서 새로운 조합과 제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하우스-랩의 거실은 다채로운 가구들의 조합이 돋보입니다. 중앙에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스페치 스튜디오가 디자인하고 카사 파브로가 제작한 ‘클리노 테이블(Clino Table)’이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으로는 각기 다른 디자인의 의자, 헤이(Hay)의 하늘색 ‘맥 소파(Mag Sofa)’, 그리고 자이푸르 러그(Jaipur Rugs)의 아름다운 카펫이 조화를 이루며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로마의 역사 속 안식처: 예술과 삶이 깃든 ‘IFExperience’의 자택
한편, 로마의 역사 중심부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나보나 광장과 산탄젤로 다리 사이에 위치한 고대 타베르나 궁전(Palazzo Taverna)의 한 부분, 몬테 조르다노 언덕에 숨겨진 이 저택은 5세기의 역사를 품고 로마의喧騒에서 벗어난 고요한 세계를 선사합니다.
이곳은 아트 & 컬처 체험 브랜드 ‘IFExperience’의 창립자인 필리포 코스멜리와 다니엘라 비안코 부부의 집입니다. 예술과 문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보물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이들 부부에게 이 집은 운명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다니엘라는 “열여덟 살 때 근처 바르 델라 파체에서 일했고, 리모델링을 함께한 건축가 마르코 리치 역시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이 공간을 발견했을 때,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맞춰지는 기분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약 400제곱미터에 달하는 이 집의 인테리어는 기존 구조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건축가 리치는 주방과 욕실을 포함하는 회색 큐브 형태의 중앙 구조물을 설치하여 생활 공간과 개인 공간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분리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16세기 주택의 특징인 ‘엔필라드(방들이 일렬로 이어진 구조)’와 높은 천장, 프레스코화, 그리고 독창적인 대리석 문들이 그대로 보존되었습니다.
겹겹이 쌓인 예술 컬렉션의 안식처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서두르지 않고 시간과 함께 채워나간 가구와 예술 작품들입니다. 필리포는 “우리의 아트 및 디자인 컬렉션처럼, 이 집도 우리와 함께 성장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각각의 가구와 작품에는 특별한 이야기와 우연한 만남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폐업한 밀라노 호텔에서 가져온 크롬과 가죽 의자, 가문의 오래된 저택에서 회수한 18세기 문으로 만든 대형 옷장, 오랜 고민 끝에 구입한 엔조 마리의 석판화, 그리고 예술가의 아들이 직접 선물한 야니스 쿠넬리스의 작품 두 점 등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다니엘라는 “어떤 것도 그 자체의 가치 때문에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공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선택했습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이들에게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무대이자 서사이며, 기억의 저장소입니다.
코스멜리는 “로마는 그 자체로 거대한 무대입니다. 도심에 사는 것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겹겹이 쌓인 역사의 벽 안에서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고요함은 고립이 아닌 따뜻한 포옹으로 다가옵니다. 수 세기 동안 저명한 손님들을 맞이해 온 입구의 분수처럼, 이 집은 예술과 삶의 이야기를 품고 방문객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