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르모로 돌아온 ‘삼위일체’ 명화, 50만 유로 가치…도난 후 문화재로 환수
도난 작품 ‘삼위일체’, 팔레르모 미술관에 반환
이탈리아 피렌체 후기 고딕 화가 게라르도 스타르니나(Gherardo Starnina, 1354~1413)에게 귀속되는 목판화 *‘삼위일체’*가 문화유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해당 작품은 불법으로 해외에 반출되어 약 50만 유로에 판매되었으나,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공조 끝에 압수되어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지역 미술관인 ‘아바텔리스 지역 박물관(Museo Regionale Abatellis)’에 공식 반환되었다.
작품 반환식은 2025년 8월 6일 저녁, 팔레르모의 박물관에서 시칠리아 지역 문화유산청장 및 문화재보호 전문 부대인 카라비니에리 문화재 보호부대(Comando Carabinieri per la Tutela del Patrimonio Culturale) 팔레르모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수사 배경과 압수 과정
카라비니에리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작품 회수는 팔레르모 검찰청이 지휘하고, 문화유산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 장기 수사의 성과다. 수사의 시작은 팔레르모 문화유산감독국 산하 수출 심사 사무국이 제기한 서류상 위반 정황이었다. 이후 카라비니에리 문화재 보호부대 팔레르모 지부와 로마 작전부대가 본격 수사에 착수, 작품이 불법적으로 해외에 반출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조사 결과, 해당 목판화는 제한된 개인 소장품에 속했으며, 유럽 외 국가의 한 미술상에게 50만 유로에 불법 매각되었다. 이후 국경 지점인 벤티밀리아에서 작품이 압수되었고, 여러 차례의 법적 심리를 거쳐 이탈리아 대법원은 작품의 몰수를 확정하고 시칠리아 문화유산청 소유로 지정했다. 현재 해당 작품은 팔레르모의 아바텔리스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으며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예술사적 가치와 작가 배경
이번에 반환된 ‘삼위일체’는 황금 배경 위에 축복을 내리는 하나님 아버지, 비둘기 형상의 성령,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위계적으로 구성된 목판화이다. 이 작품은 후기 고딕 양식의 대표 화가인 게라르도 스타르니나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타르니나는 안토니오 베네치아노의 제자로서, 프랑스와 스페인(특히 톨레도와 발렌시아)에서 체류하며 이베리아 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 고딕 양식을 익혔고, 이를 피렌체에 전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장식 묘사, 선명한 색채감, 조각적 인체 표현으로 특징지어지며, 이는 특히 이번 ‘삼위일체’ 작품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스타르니나는 조토 전통의 기념비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딕 미감을 결합한 독창적 회화 언어를 구축했으며, 이는 이후 피렌체 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의 천사 묘사에서는 색채의 변주와 섬세한 장식 표현이 돋보인다.
시칠리아 문화유산청의 공식 입장
작품 전달식 이후, 시칠리아 지역 문화유산청의 프란체스코 파올로 스카르피나토(Francesco Paolo Scarpinato) 청장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팔레르모 카라비니에리 문화재 보호부대의 문화유산 보호와 회복을 위한 헌신과 전문성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수년간 이어진 그들의 노력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이탈리아 문화의 보존과 가치 확산이라는 중대한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위대한 성과입니다.”
이번 환수는 단순한 미술품 반환을 넘어, 이탈리아 문화유산 보호 체계의 견고함과 공공기관 간 협력의 힘을 입증하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