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무함마드 왕세자, 방일 하루 전 돌연 취소… 일본 정부 ‘당혹’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예정됐던 일본 방문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방일 취소로, 일본 내에서는 불편한 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20일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당초 이날 일본에 도착해 21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22일에는 나루히토 일왕을 예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일 전날 밤, 사우디 측으로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방문을 연기한다는 통보가 전해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9일 밤, 사우디 측으로부터 살만 국왕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문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향후 양국 간 일정을 다시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매체에 따르면, 88세 고령의 살만 국왕은 폐렴 진단을 받고 현재 왕실 전용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번 일본 방문은 산업과 금융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의제로 했으며, 특히 사우디 국부펀드와 일본 금융기관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계획되어 있었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던 일정이었지만, 돌연 연기되면서 일본 측은 적잖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2022년 11월에도 한국을 방문하면서 일본 방문을 계획했으나, 당시에도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한 바 있다. 그는 일본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하고, 일본 게임 기업 인수에도 관심을 보일 만큼 일본 문화에 애정을 드러내 온 인물이다. 그러나 두 차례 연속으로 방일을 취소한 점에서 일본 내 일각에서는 ‘일본 홀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은 자국이 소비하는 원유의 약 40%를 사우디에서 수입하고 있어, 사우디와의 외교적 관계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왕세자의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 했으나, 예기치 못한 연기로 인해 외교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왕세자의 조속한 방문 재개를 기대하고 있으며, 건강 문제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사태의 확산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한편, 사우디 측도 향후 일정 재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