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서머 전시회: 예술의 찰나를 담은 연례 축제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RA 서머 전시회(제258회)는 1769년에 시작돼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태어난 해이자,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획득한 해이기도 하다. 매년 예술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이 전시는 런던 피카딜리의 벌링턴 하우스에서 열리며, 올해는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대형 풍선 설치물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설치물은 고전적 공간에 개념 예술의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BBC 예술 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이 연례 전시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관심을 모으며 여름마다 전시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작품들로 가득 찬다. 이번 전시에는 1500여 점이 넘는 작품이 전시되며,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디지털 매체들은 이를 집중 조명했다. 여섯 개의 전시실은 관람객들로 북적이며, 마치 사람의 눈으로 이루어진 파도처럼 느껴질 정도다. 단, 모든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하려다 목이 아플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인간이 날 수 있다면, 이 전시는 훨씬 더 쾌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실은 늘 타협의 연속이며, 이는 인생과 닮아 있다.
RA의 드로잉 교수는 십자가형 장면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명백히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작품이며, 고통과 절망의 감정이 선명한 선을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그녀의 작품은 언어적 장치를 이용하기보다는, 순수한 이미지의 힘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이 작품을 보기도 전에 가디언의 평론가 조너선 존스는 루시언 프로이트 이후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평가했지만, 그가 지나치게 에민에게 호의적인 경향이 있는 만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듯 보인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외부인을 비난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이민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존재이기에 손쉬운 희생양이 된다. 이는 극우 세력에게 누군가를 비난할 구실을 제공하고, 이성이나 연민, 사실이 결여된 주장이라 해도 확산되기 쉽다. 아담 포먼(Adam Forman)의 회화는 바로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말 없이도 강렬한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이 피난처를 찾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엽서로 만들어졌다면 좋았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마지막에 소개하게 되어 다행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끝까지 읽어야 내가 원고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글부터는 펜과 깃털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라이언 갠더는 그가 제작한 대형 풍선 설치물로 중심 공간을 차지했으며, 그의 유쾌한 작품 세계가 충분히 조명되었다. 이 설치물은 1960년대 영국 드라마 ‘프리즌너’의 소품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일부 소형 모형은 기념품 가게에서도 판매되며, 해당 매장은 10점 만점에 8점을 줄 만한 수준이다.
라이언 갠더는 사유하는 예술가로서, 마치 영국의 제프 쿤스를 연상케 하면서도, 폴 매카시의 요소를 살짝 섞은 듯한 독창성을 지닌다. 아니면 어쩌면 나는 그가 단순히 영국의 폴 매카시 같은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매카트니는 있으니까. 그리고 대중 앞에 전시된 거대한, 성인용 물건을 닮은 크리스마스트리는 아직 충분치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