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롤랑가로스를 덮친 이변의 폭풍, 그리고 조코비치에게 찾아온 절대적 기회

올해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대진표 상단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야닉 시너가 목요일 후안 마누엘 세룬돌로에게 덜미를 잡히며 충격적인 조기 탈락을 맛본 데 이어, 5번 시드를 받은 미국 테니스의 간판 벤 쉘튼마저 짐을 쌌다. 쉘튼은 2회전에서 세계 랭킹 62위인 벨기에의 라파엘 콜리뇽을 만나 세트 스코어 0-3(4-6, 5-7, 4-6)으로 완패하며 코트를 떠났다. 쉘튼이 메이저 대회 3회전 문턱을 넘지 못한 건 2023년 윔블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톱랭커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면서, 대진표 절반에서 살아남은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는 엉뚱하게도 세계 랭킹 6위인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이 되었다. 작년 US 오픈에서도 3회전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던 콜리뇽은 이제 마테오 아르날디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중 한 명과 16강 티켓을 두고 격돌한다.

대진표 한쪽을 휩쓴 이 걷잡을 수 없는 파란은 역설적으로 한 베테랑에게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할 완벽한 판을 깔아주었다. 시너의 광탈로 빗장이 활짝 열린 데다 카를로스 알카라스마저 파리에 불참한 지금, 노바크 조코비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사냥터는 없다. 2023년 US 오픈 이후 메이저 대회 24승에 발이 묶여 있던 조코비치는 내심 자신의 25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이자 네 번째 롤랑가로스 왕관을 벼르고 있다. 물론 39세가 된 그는 앞선 두 번의 라운드에서 모두 한 세트씩을 내주며 압도적이라기보다는 특유의 끈적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연명하듯 3회전에 올라왔다. 하지만 그가 언제나 승부처에서 가장 잔인해지는 포식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금요일, 조코비치의 앞을 막아서는 3회전 상대는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 중인 19세의 브라질 신성 주앙 폰세카다. 조코비치가 롤랑가로스 무대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이 2005년인데 폰세카는 그 이듬해에 태어났으니, 그야말로 테니스의 한 세대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매치업인 셈이다. 2회전에서 크로아티아의 동년배 유망주 디노 프리즈미치를 상대로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피 말리는 역전승을 거둔 폰세카는 자신의 첫 그랜드 슬램 16강 진출이라는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두 선수의 코트 밖 인터뷰는 다가올 승부에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폰세카는 테니스계의 ‘GOAT’와 맞붙는 롤랑가로스 3회전 무대가 자신에겐 그저 꿈같은 일이라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조코비치의 현역 생활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코치에게 늘 그의 대진표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해왔다며, 자신은 물론 이전 세대 전체에 영감을 준 우상과의 대결을 온전히 즐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챔피언 역시 이 패기 넘치는 도전자에게 합당한 예우를 표했다. 조코비치는 폰세카가 가진 테니스 선수로서의 잠재력과 자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어딜 가든 브라질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몰고 다니는 그가 큰 무대 체질이라는 점을 경계했다. 텅 빈 대진표 사이로 노장 황제의 관록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 아니면 두려움 없는 10대의 에너지가 파리의 붉은 흙먼지 위에서 또 다른 이변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