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지배하는 팀들의 청사진: 창원 LG의 압도적 뎁스, 그리고 켄터키의 빅 픽처

창원 LG의 상승세가 매섭다 못해 서늘할 정도다. 서울 삼성을 말 그대로 가볍게 요리하며 3연승 신바람을 탔고, 단독 선두 자리에도 견고하게 쐐기를 박았다. 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LG는 107-79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삼성을 찍어 눌렀다. 지난 모비스전 이후 연승을 이어가며 시즌 27승 11패를 기록, 공동 2위 그룹인 원주 DB와 안양 정관장과의 승차를 2.5경기로 넉넉히 벌렸다.

반면 9위에 머물고 있는 삼성은 KCC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전반에만 60점 이상을 헌납하며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 씁쓸한 민낯을 노출했다. 주포 앤드류 니콜슨마저 관절염으로 이탈한 터라 뼈아픔은 두 배였다. 삼성은 전반 리바운드 싸움에서 6-22로 처참하게 밀렸고, 28%의 빈공에 시달리는 동안 LG에게는 무려 71%의 높은 야투 성공률을 허용하며 공수 양면에서 철저히 농락당했다.

사실 이날 LG의 스쿼드가 100% 정상 가동된 것은 아니었다. 핵심 전력인 칼 타마요와 양홍석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코트 위 남은 선수들이 보여준 톱니바퀴 같은 퍼포먼스는 주축의 공백이라는 변수 자체를 지워버렸다. 아셈 마레이가 1쿼터부터 골밑을 안방처럼 누비며 12점을 쓸어 담아 기선을 제압했고, 장민국과 허일영이라는 베테랑 듀오가 도합 7개의 3점포를 림에 꽂아 넣으며 묵직한 화력 시위에 나섰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이미 61-33.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3쿼터 막판에는 점수 차가 36점까지 벌어졌고 삼성은 끝내 반격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LG는 22점을 올린 마레이를 필두로 장민국(15점), 유기상(14점), 마이클 에릭(15점), 윤원상(13점)까지 무려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양준석은 8득점과 함께 13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완벽한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냈다. 팀 전체 3점슛 성공률 51.7%라는 스탯은 현재 LG의 공격 작업이 얼마나 매끄럽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대변한다.

당장 코트 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LG처럼 빈틈없는 스쿼드 뎁스가 필수적이라면, 시선을 미국 대학농구(NCAA)로 돌렸을 때 팀들은 미래의 패권을 쥐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당장의 전력 누수를 메우고 차기 시즌 로스터의 화룡점정을 찍기 위한 치열한 리크루팅 경쟁이다.

그리고 최근, 마크 포프 감독이 이끄는 켄터키 대학이 전 세계 스카우터들의 레이더망에 걸려 있는 세르비아 출신의 초특급 윙 자원, 니콜라 쿠스투리카(Nikola Kusturica) 영입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이 포착됐다.

신장 6피트 9인치의 쿠스투리카는 일찌감치 NBA 구단들의 눈도장을 받은 대형 유망주다. 원래 이 영입전의 선두 주자는 그를 오랫동안 공들여 추적해 왔고 당장 전력 보강이 시급했던 곤자가 대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47스포츠의 트래비스 브랜햄이 켄터키의 쿠스투리카 영입 가능성에 대해 신뢰도 7단계의 예측(Crystal Ball)을 띄우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오프시즌 초반 다소 삐걱거렸던 켄터키로서는 최근의 좋은 흐름에 확실한 탄력을 붙여줄 초대형 잭팟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왜 이토록 가치 있는 자원인지는 2025년 FIBA U16 유로바스켓에서 보여준 파괴적인 쇼케이스가 증명한다. 쿠스투리카는 경기당 평균 25.6분을 뛰며 20득점, 7.7리바운드, 3.4어시스트, 2.1스틸을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 49.5%에 3점슛 성공률 30.8%라는 빼어난 스탯 라인으로 대회 MVP를 거머쥐었다.

이제 막 17세가 된 이 선수는 규정상 향후 2년간 대학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2028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이 유력한 최상위 로터리 픽으로 분류되고 있다. 쿠스투리카가 어느 대학의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가 NBA로 떠나기 전까지 소속팀을 단숨에 우승 후보로 격상시킬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프로 무대에서 베테랑의 힘으로 독주 체제를 굳히는 LG나,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선점해 왕조를 재건하려는 켄터키나 결국 농구 코트를 지배하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